여행에세이 5

[2021년의 제주] Day 5 - 다시 만날 때는 좀 더 좋은 답을 찾았기를

드디어(?) 마지막날. 새벽 4시까지 뒤척이는 바람에 피곤하게 깨버렸다. 오전에 체크아웃을 하고, 공항 수하물보관소에 짐을 맡기기 위해 일단 공항으로 출발. 날씨 미침. 다시 한여름이 시작된 것 같을 정도로 덥고 맑았다.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탑동로2길 3 매일 11:00~19:00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정기휴무 공항 근처에 있는 디앤디파트먼트. 통상 공항 근처에서 시간을 보낼 일이 없어서 갈 일이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생각지 못한 뚜벅이 체험 덕분에 공항 근처로 발이 묶여 제주 핫플에 가게 된 것, "감사하다" (네..한국인입니다) 몰랐는데 여기 일본 브랜드였다. 반일, 일본불매를 고집하는건 아니지만 너무 인기가 많길래 의외였던. 밥은 맛있긴하지만 비싼편. 18,000원..

[2021년의 제주] Day 4 - 제주에도 볕들 날은 온다

차 없는 제주 첫 날. 제주 여행을 숱하게 했지만 차없이 돌아다니는 건 처음. 이왕 이렇게 된거 제주의 교통을 어떨까 궁금해서 버스를 이용해보기로. 배차가 20~30분 되길래, 숙소 테라스에 앉아서 기다리려고 했으나 맑게 갠 8월은 아직 덥구나...^^; 다행히 숙소 2분거리에 한림으로 나가는 버스정류장이 바로 있었다. 하루종일 돌아다닐 예정이라, 노트북은 과감히 빼고(불안감on) 책만 가볍게 챙겼다. 결론적으로는 아주 칭찬해. 제주에 오고 며칠만에야 얼굴을 보여주는 해. 그래, 이거 보려고 제주에 오는거지. 이 햇살, 이 녹색. 진한 갈색 토양과 까만 돌담과 우거진 녹음 위로 펼쳐진 푸른 하늘을 보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진다. 차 사고도, 새로운 곳으로 출근에 대한 우울과 불안도 모두 사라진다. 서울에서..

[2021년의 제주] 취향에 관하여 - 시그니처 커피를 시키는 것

취향이 있는 사람은 멋지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자주 가는 여행지가 있고, 가면 꼭 들르는 가게가 있는 사람. 세상의 대부분의 것들이 새롭던 때의 나는 딱히 호불호가 없었고, 모든게 마냥 신기하기만 했었다. 그래서 무얼할지 갈팡질팡하던 나에게 '이 곳에 오면 여기가 좋더라구’라며 자신의 세계를 꺼내어 보여주는 사람이 멋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도 조그맣지만 나만의 세계를 쌓아올리게 되었다. 자주 가는 여행지가 생겼고, 꼭 들르는 가게가 생겼다. 실패하지 않는 계획을 짤 수 있고, 좋아하는 것만 골라서 취할 수 있다. 성공 확률은 무려 100%. 그런데 나는 사실 청개구리 심보가 있는 사람인걸까. 이런게 멋지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이렇게 되니 문득 고여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이 든다. 그래서 가끔은 ..

[2021년의 제주] Day 1 - 모로 가도 제주로만 오면 그만

여행기를 쓰겠다는 결심은 나로서는 꽤나 큰 결심이다. 꽤나 여러번 여행을 다녔지만 번번히 그 기록을 남기는건 실패했다. 끈기가 없는 것도 한 몫 했겠지만, 지루한 일상 속에서 꿈만 같았던 때를 떠올리며 추억하는 건 퍽이나 괴롭기 때문이다. - 사실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무언가 매끄럽지 않았다. 즉흥적인 여행이었다고는 하지만, 그 이상으로 맞지 않는 틈을 억지로 짜맞춰 지퍼를 채우는 느낌이었다. 그런 느낌이 일종의 시그널이었을까. 결국 태풍과 나의 제주도 방문일정이 딱 겹치고 말았다. 모처럼의 여행인데 비소식에 속상하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운전이 걱정이 됐다. 초보운전의 전기차 도전기 지난번 (쓰다만) 제주 여행기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운전과는 퍽 거리가 있는 나. 하지만 주식 포트폴리오 만큼은 전기차..

[2021년의 제주] Day 0 - Intro

서른살. 코로나 2년째. 3번의 퇴사. 이것이 나의 2021년 성적표가 될 것만 같았다. 4번째 회사로의 출근을 앞두고 얻은 열흘 남짓의 기간이 더이상 꿀같지도 않은, 너무나 잦았던 공백이지만 힘을 낼 힘도, 의욕도 없는 상태를 극복하고 싶어서 다시 제주행 티켓을 끊었다. 작년 초에 퇴사를 하고 휴식 기간을 가지고, 두번째 회사에 갔을 때만 해도 나는 꽤나 희망적이고 의욕적이었다. 2년이 되어가는 현재, 새로운 곳에서의 커리어를 쌓기는 커녕 새로운 회사에 대한 기대도,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도 없고 다시 처음부터 성을 쌓아야한다는 피로감만 드는 지금.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번 여행에서는 딱 두가지의 목표였다. 1. 운전 다시 시작하기 2. 마음 리프레시하기 다시 힘을 내야하니까. 힐링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