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wny.daytime/제주도 해로(解勞)여행

[2021년의 제주] Day 3 - 결국 또 '사고'를 치는 나

여니일상 2021. 9. 6. 08:20

 

어떤 놈이 이랬냐구요? 전데요...ㅇㅅㅇ;..

지난번 제주여행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사고..진짜 나 왜이러냐.

바로 전날까지 운전 재밌다느니, 생각보다 잘한다느니 호들갑 떨면서 사망플래그를 잔뜩 세워놨더니

다음날 숙소에서 나오는 골목길 돌담에 쫘악 긁어버렸다.

왜 안멈췄냐구요? 금방 끝날 줄 알았어요...ㅠㅠ

 

렌터카에 신고했더니 당장 계약 종료라며 차 반납하라고.

완전자차 보험도 들었고 주행에도 문제가 없는데 환불 없이 반납하라길래 황당해서 따지니까

계약서에 그렇게 되어있다고.

Aㅏ... 너무나 당연한거지만 계약서는 꼼꼼히 확인합시다..ㅠㅠ 완전자차라고해서 모든 업체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완전자차가 아니더라구요.

심지어 단독사고는 완전자차여도 보장한도가 100만원이어서 20만원 선불로 더 긁고 옴.

나중에 견적서 받아보니까 수리비 정말 딱 123만원 나왔더라.

 

주위에도 물어보니 이정도면 수리비 100만원 넘게 나온다고 하길래 그냥 내 탓이려니하고 이제는 잊으려고 한다.

(라고 하지만 이거 쓰면서 또 속이 쓰리다~!~!~!)

 

 

듬삭한

제주 제주시 한림읍 한림로 450 1층 101호

10:30 - 19:30 (L.O 19:00)

매주 화요일 휴무

 

여기 고등어 덮밥 진짜, 진짜 맛있었는데

이거 먹으면서 렌터카에서 반납 명령 떨어진터라,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라서 아쉬웠던.

이때가 아점 시간이었는데, 오후 3시까지 반납하라는거 5시까지 반납하는거로 협의 보고

얼른 나와서 부지런히 움직였다.

 

수월봉

제주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이 때까지만해도 이번 여행은 완벽하게 망했다고 생각했다.

차를 반납하고 다시 렌트를 해야할지, 렌트를 다시 해도 사고 없이 잘 다닐 수 있을지, 대체 경비는 얼마나 더 나올지, 버리는 시간은 얼마인지

이런 것들을 생각하니 기분이 자꾸자꾸 가라앉았다.

날씨도 내 기분을 보여주는 것 마냥 우중충하다 못해 비바람이 휘몰아쳤다.

 

우습게도 운전을 하다 이런 사달을 내놓고, 수월봉까지 운전하며 달리는 시간이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수월봉은 공항-렌트카 셔틀버스 기사님이 추천해주셔서 가본 곳인데, 생각보다 볼거리는 없었다.

아마 날씨가 좋았다면 좀 더 나았으리라.

 

무명서점

제주 제주시 한경면 고산로 26 유명제과 2층

13:00 - 18:00

매주 일~화 휴무

 

 

수월봉 근처에 있는 무명서점.

이전부터 저장해 둔 곳인데 마침 경로가 잘 맞아서 들렀다.

요즘 독립서점은 -으레 그렇듯이-환경주의, 비건, 동물권 같은 주제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처음에 이런 주제들은 정말 이런 마이너리그에서만 볼 수 있었는데, 점차 대중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교보문고, 대형 미디어와 같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다루는 메인 주제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독립서점과 대형서점의 차별성을 잘 모르겠다고 해야하나.

이제는 조금 다른 주제를 다루는 곳을 만나고싶은 기분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무명서점의 큐레이션은 나의 취향에 꼭 맞지는 않았지만, 마침 읽고싶었던 책을 판매하고 있어서 겟-

 

 

 

차가 있을 때 많이 돌아다녀야지 하는 마음에

전망 좋기로 유명한 카페에 갔다.

바다를 볼 때마다 입수 충동이 일어나는건 왜일까요?^^....

 

울트라마린

제주 제주시 한경면 일주서로 4611

매일 11:00 ~ 20:00

 

 

통상 뷰가 좋기로 유명한 가게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음식의 맛은 어느 정도 타협하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는데.

이곳은 그러한 나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준 곳이었다.

너무나 훌륭한 통창 뷰(노을로 유명하다고 한다)와 꽤나 큰 좌석규모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훌륭한 커피 맛까지 제공하던.

게다가 친절하신 직원분들까지.

차 (단독)사고로 인해 잔뜩 움츠러져있던 마음까지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정말. 혼자 여행할 때는 현지 가게의 응대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낯선 곳에서는 누구나 마음이 몽글몽글, 여려지기 때문일까.

나는 혹시나 너무나도 익숙한 나의 영역에 새로 들어온 누군가에게 무심하게 대한 적은 없었나 되돌아본다.

 

 

렌트가 반납하고, 전 날 만났던 친구와 회포를 풀러가는 택시 안.

아~ 역시 남이 운전해주는 차가 최고다^_ㅠ

 

목수포차

제주 제주시 애월읍 고내북동길 51-22

18:00 - 01:00

매주 화요일 휴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곳.

전회사 친구가 발견하고, 그 친구의 소개로 함께 갔다가 반했던.

이제는 예전처럼 자주 보진 못하지만 예전에는 출장으로도, 놀러도 제주에 함께 자주 왔었는데.

그 친구 이야기만 나오면 괜히 아련해진다.

전(첫) 회사 얘기만 나오면 아련해져. 아니 무슨 구남친이냐고요~~

다시...그때처럼 (회사를) 사랑할 수 있을까? ^.ㅠ....

사실 그 때도 회사라는 존재는 여전히 미운 존재였는데.

 

 

뚜벅이의 장점: 음주가 가능하다.

진짜 낮 동안에는 몇 번이고 비행기표를 검색해보며, 지금이라도 서울에 돌아갈까 고민했었는데.

이렇게 친구를 만나 술 한 잔에 훌륭한 저 해산물들을 맞이하니

그래도 여행은 계속하길 잘했다는 생각이ㅠㅠ

진짜 친구와 회포를 풀며 짠 하고 마시는 저 한잔이 너무너무 달았다. (정보: 우도땅콩은 원래 달다)

딱새우도 너무 쫄깃하고 맛있고, 해산물 짬뽕탕도 너무 혜자여서 먹다가 남은건 싸갔다.

 

 

깊어가는 제주의 밤(이라고 해봤자 9시 통금이지만).

이런 날 함께해준 친구가 너무 고마웠다.

우리는 연속 이틀을 보는데도 할 말이 떨어지지도 않고 별의 별 얘기를 다 하며 또 하루의 여독과 노(勞)독을 달랬다.

 

 

그리고 결국엔 오또택~ (오늘도 또 택시)

택시가 너무 안잡혀서 내 숙소 찍고 친구 숙소로 가야했다는 비화..